경험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인턴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첫 장면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노 신사 '벤'이 등장한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은퇴한 노인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벤은 여유롭기만 한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 스타트업 기업에 인턴으로 지원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고 연륜이 느껴지는 벤이 고용되었고 70세에 인턴으로써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영화가 재밌어진다. 벤은 오랜 직장 생활에서 써왔던 서류가방에 물건을 챙겨서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고 동료들을 만난다. 모두 손자 뻘 되는 이들이었지만 재미있게도 이들 가운데 속해 있는 벤에게서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여유롭고 긍정적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는 벤은 어린 동료들에게 컴퓨터를 배우면서 잠깐의 세대차이를 느끼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벤은 기업의 대표인 '줄스'의 인턴으로 배치되고 기업을 키워 나가는 어린 사장은 70살의 인턴이 반갑지가 않다. 하루 스케줄이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쥴스는 벤을 하루 종일 대기시켜 놓고 퇴근할 때가 돼서야 알 때가 많았다. 우연한 기회로 벤은 쥴스의 운전기사가 되고 가까이서 쥴스를 서포트하면서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쥴스가 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기업이 갑자기 커져 버린 탓에 가정에 소홀해진 쥴스는 가정과 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전문 CEO를 고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일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남편의 불륜도 알게 되면서 쥴스는 모든 것이 너무 힘겹게 느껴졌지만 옆에서 도와주던 벤의 따뜻한 조언으로 극복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인턴이 주인공인 영화였지만 영화 안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여주인공인 쥴스가 아니었나 싶다.
관대하고 현명한 노인
영화 속의 70대 노인은 어느 누구도 사랑하게 될 완벽한 노인 캐릭터이다. 오랫동안의 직장 생활 경험이 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몸도 건강하며 성품 또한 너그럽다.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두운 구석 없이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람으로 젊은이들과 일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동료 어린 직원들도 그에게 고민상담을 하고 현명한 답을 기다린다. 벤의 첫 출근날 쥴스의 비서가 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장면에서 벤은 화를 내는 대신에 한 발 뒤로 물러 서서 기다리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런 벤의 모습을 보면서 첫째, 나도 저렇게 품위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둘째 어떻게 하면 저런 모습으로 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확한 답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확실한 두 가지는 경청하는 자세와 배려하는 태도인 것 같다. 영화 속의 벤은 어린 동료들의 생각과 행동을 단 한 번도 자신만의 연륜으로 단정 짓고 판단하지 않았고,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이런 관용적인 자세는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가 배워야 할 기본 덕목 중에 하나인데 너무 어렵고 잊어버리기가 쉽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잊지 않고 실천하려고 계속 노력한다면 우리가 70세 인터가 되었을 때 벤과 같은 행복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70살에 인턴은 현실이 된다.
이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말 코미디로 받아들이고 보는 내내 70살의 노인이 어떻게 인턴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겠냐며 재밌게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영화 속에서 말하고 있는 벤의 삶이 그저 영화 같지 않았고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 같아서 더 집중해서 본 것 같다. 한국은 이미 2017년에 고령화가 진행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더불어 2045년쯤엔 65세 이상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안전한 환경과 의료기술 발달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니 어찌 보면 정년퇴직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은 노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한국은 이런 노인들은 어떻게 수용할지 걱정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70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들은 영화처럼 인턴 제도를 만들어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현재 대부분의 일하고 싶은 노인들은 젊은이들 사회로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나를 포함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영화에서 보여줬듯이 컴퓨터와 같은 기본적인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도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서로 의사소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벤과 같이 한없이 관대하고 현명하고 도움만 주는 노인만 있는 게 아니니 그들이 사회 속에 녹아들어 젊은 사람들과 다시 일할수 있는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래도 어쨌든, 이미 나라에 닥친 현실이라면 지금부터 미래의 고령 인턴들에게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 사용능력을 교육시키고 , 우리 젊은 사람들도 느리고 답답하다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바꾸면서 해피앤딩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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