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이 살던 삶 앞에 갑자기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하루는 고등학교 여학생이다. 그다지 열심히 살지 않고 욕심도 목적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데로 살아간다. 아침에 등교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서 매일 지각이다. 친구들의 비웃음에 화를 내거나,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소극적인 소녀다. 그렇지만 하루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 하굣길에 찻길을 건너다가 사고가 날뻔한 회색 고양이를 온 힘을 다해 구해 준다. 그것으로 갖고 있던 크로킷체가 부러졌지만 고양이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이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고양이가 갑자기 두 발로 서더니 하루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돌아 선다. 어안이 벙벙해진 하루가 한참을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고 꿈을 꾼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갈색 고양이가 하루를 찾아와 그날 구해준 고양이는 왕자이며 그 이유로 왕자와 결혼을 하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고양이와 결혼을 하다니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하루는 아주 잠깐 고양이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이것으로 결혼 승낙이 되어 버린다. 어쩔 줄 몰라하는 하루에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도움을 주게 되고 하루는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게 된다. 힘들게 찾아간 사무소에는 바론이라는 해결사와 무타라는 뚱뚱한 고양이가 있었고 이들이 하루를 도와주게 된다. 바론은 하루에게 절대 너의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하게 되고 하루는 갑자기 고양이 나라로 끌려가게 된다. 결혼을 한다는 왕자는 다른 곳에 가있고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왕이라는 고양이는 이 결혼을 억지로 시키려고 한다. 뒷따라간 바론과 무타가 고양이로 변한 하루를 구하려고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룬 왕자가 도착해서 결혼은 딴 고양이랑 하겠다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물론 이상하고 욕심 많은 왕이 하루를 못하게 막으면서 위기에 처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해피 앤딩이다.
일본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본인들은 유난히 고양이를 좋아한다. 여기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 가장 믿을만한 이야기는 아주 옛날에 일어났던 설화에서 비롯된다. 옛날 사무라이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산속에서 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고양이가 산사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고 그 사무라이는 산사로 들어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사무라이가 서있던 곳에 벼락이 쳤고 큰 나무가 쓰러지게 되었는데 , 고양이가 이 사무라이 목숨을 살렸다며 손 흔드는 고양이가 일본 사람들 마음을 흔들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도 "마네키네코"라는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을 음식점 입구에서 꼭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고양이의 성향이 일본인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피해 안주는 독립적인 성향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고양이도 독립 적이며 조용해서 그들의 성향이 딱 맞는다고 한다. 세 번째로 일본이 섬나라로 습한 기후 때문에 쥐가 많은데 고양이가 쥐를 잡아 많은 도움을 줘서 좋아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일본인의 애니메이션엔 고양이가 정말 많이 등장하고 캐릭터화 시켜서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어느 지역 기차역엔 고양이가 역장을 맡고 있다고 하니 이들은 정말로 고양이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위기를 극복해 가면서 성장한다.
영화속에 하루를 보면서 내가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어떻게 보면 난 하루라는 아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깨우면 겨우겨우 일어나 학교를 갔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다만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었던 기억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니 나와 같이 평범했던 그 누구라면 매일 지각하고 친구들의 비웃음을 사는 하루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평범한 아이가 갑자기 고양이의 신부가 되라고 했으니 아이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막막했을지 뻔하다. 이런 아이에게 조력자가 나타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되어도 너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라는 말. 고등학생이었던 그때보다 나이를 두배나 더 먹은 지금에서 보면 저 말이 얼마나 인생의 진리 같은 말인지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 처해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나 자신은 올바르게 세울 수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 이루지 못할 목표가 없다.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사건들과 사람들이 나타난다. 내 주변에서 내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목표를 상실시키는 말들과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나 자신 그러니까 내가 갖고 싶은 내 미래의 모습과 삶의 목표를 잃지 않고 밀고 나가게 되면 언젠가 나는 그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루가 고양이로 위기의 상황을 겪으므로 해서 한 뼘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 고양이가 주고 싶었던 진정한 보은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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