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세상을 떠나온 포뇨 아빠의 걱정
포뇨 아빠는 본래 인간이었다. 무슨 이유로 더 이상 인간으로 살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초반에 나오는 그의 행동은 평범하지가 않다. 표면적으로는 마법사 같이 보이는 그가 어떤 면에선 과학자 같은 모습도 보여진다. 그는 변해 가는 인간세상이 너무 걱정스럽다. 환경오염으로 더러워지는 바다를 참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그가 인간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바닷속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개구쟁이 포뇨가 사라지고 아이를 찾아서 인간들 세상 가까이에 올라온 포뇨 아빠는 더럽다는 말과 오염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이영화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환경과 개발하는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조금은 더럽고 쓰레기가 둥둥 떠있는 바다는 우리에겐 이미 자연스럽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박스와 봉지들이 떠있고 그 위에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자연스러운 바다에 적응한 지 오래다. 포뇨 아빠는 지금 우리처럼 이렇게 되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더러운 인간 세상은 떠나온 아빠는 인간이 되겠다는 딸이 얼마나 걱정스러웠을지 상상을 해본다. 보통 세상에 내놓아도 걱정을 달고 사는 것이 부모 마음인데 위험천만하고 더럽기까지 한 인간 세상은 포뇨 아빠에게 최악의 장소 일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포뇨 아빠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현명한 남편이다. 위대한 바다의 신을 아내로 둔 남편의 숙명일 수도 있지만, 그는 아내의 괜찮을 거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을 바꾸는 단순한 면도 있다. 딸을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그래서 결국엔 자신의 고집을 꺾고 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포뇨 아빠의 모습에서 보통 인간의 모습이 보여서 피식 웃음이 났다.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인간 세계에서만 통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된다.
마법사인 포뇨아빠 후지모토는 지금의 바다가 맘에 들지 않는다. 다시 태초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마법의 기운을 최대로 만들어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까지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빠의 꿈이자 목표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이기적인 생각인가. 화가 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잘 살고 있는데 바다 밑 어디에선 인간을 다 물고기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마법사가 살고 있다니 우리의 동의도 없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이런 황당한 시도를 부정적으로 보여 주고 있지 않다. 후지모토가 만들고자 하는 바다는 지금과는 너무 다르고 아름답고 완벽하게 깨끗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더럽혀진 바다를 깨끗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벼랑 위의 포뇨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고 활기차며 반짝거린다. 폭풍과 해일이 몰아 치는 장면도 공포스럽지 않다. 포뇨와 함께 달려드는 큰 파도 들을 거대한 물고기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뿐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소스케를 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포뇨의 등장과 함께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스케 엄마는 아이가 잡아온 물고기에 얼굴이 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포뇨가 사람 아이가 되어 물 위를 뛰어다녀도 그저 순수한 가여운 아이라고만 생각하고 편견을 갖고 보지 않는다. 그저 포뇨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이상한 마법도 상황도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여자 아이도 평범이라는 선을 넘었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다. 이것이 태초의 자연 속에 살던 인간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편견과 아집 그리고 권력에 따라 사람을 가르는 지금과는 다르게 순수한 시선과 본질 자체로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해일이 지나간 마을은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지만 마을 사람 그 누구도 공포에 떨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배를 타고 살아있는 이웃을 찾아 응원해주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물에 빠진 마을의 모습이다. 마법의 약 덕분에 태초의 물고기들과 지금의 물고기들이 뒤섞여 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바다가 되어있다. 이것 또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자연과 인간에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판타지와 동심을 함께 표현한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는 어른에게도 그들만에 꿈꾸는 세상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아주 행복하고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꿈.
사랑을 찾아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인면어
마법사 아빠를 둔 인어는 갖혀 있는 생활에 도망을 치게 된다. 깊은 바다에서 도망 나와 인간들이 사는 육지까지 올라오게 되고 그곳에서 소스케를 만난다. 첫눈에 반하게 된 인어는 포뇨라는 이름을 갖게 되지만 아빠가 다시 바닷속으로 데려간 게 된다. 하지만 소스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빼앗긴 포뇨는 아빠의 마법과 바닷속을 엉망진창 만들면서 까지 육지로 나와 소스케에게로 간다. 그러면서 해일 과 폭풍우가 일어나 소스케가 사는 곳은 물속에 잠기게 되지만 그 누구도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포뇨의 아빠는 포뇨를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포뇨 엄마의 설득에 포뇨의 사랑과 선택을 존중해 주기로 한다. 이렇게 평범한 어린아이가 된 포뇨는 소스케와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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