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요조건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던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인간과 행복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구야 공주는 아이가 없는 노부부에게 내려진 선물이었다. 대나무순에서 태어난 가구야 공주는 평범하지 않지만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간다. 거침없이 자라는 성장 속도 덕분에 친구들은 그녀를 대나무순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매일 자연에서 친구들과 뛰어 놓고 동물들과 흙에서 뒹굴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 누구도 대나무순을 특별하게 대우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낀다. 영화 전체 중에서 초반에서 가구야 공주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연과 닮아 자연과 하나가 된 그녀의 행복이 부모의 지나친 사랑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 부모는 그녀에게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대나무 숲에서 받은 비싼 비단과 사금으로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필요 이상의 교육을 시키며 관습에 따라 여성성을 강요하며 자연과 하나였던 그녀의 행복을 금지시킨다. 그녀를 공주라고 부르며 최고의 대우를 해주어야 그녀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늙은 부모의 우매함은 그녀의 생기를 빼앗고 영혼을 잃은 껍질만 남겨 놓는다. 영화 중반부부터 가구야 공주의 눈을 보고 있으면 초첨을 잃은 인형을 연상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든 부모인 것이다.
관습에 얽매여 모든 것은 통제되고 정형화된 삶을 강요받은 그녀에게 더 이상 삶의 의미는 사라진다. 자연으로 받은 무한한 자유와 흙으로부터 느꼈던 삶의 근본이 사라진 후 가구야 공주에게는 이 땅에서 살아갈 이유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떠나왔던 달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한다. 괴로운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달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막상 그녀도 과거에 자연과 행복했더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 돌아서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진다. 진정으로 행복했던 그 시절이 다시 그녀를 살리는 방법인 것을 일찍 알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달로 떠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행복이라 함은 인위적이고 격식에 찌들어 버린 현대의 우리 인간 모습은 버리고 원초적인 자연으로부터 치유될 때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식 문명과 물질에 길들여져 껍데기만 남아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삶의 목적도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1년 내내 자연이 보여주는 근본적인 삶의 순리와 아름다움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삶을 향해 가야 하겠다.
좋은 부모는 물질적으로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가루야 공주 이야기 속에 그 소박하고 가난했던 부모 들은 어쩌다가 그런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자식을 망치는 꼴이 되었나 짚어 봐야 한다. 아이는 가난했던 시절에 활기차고 웃음이 많았다. 매일 흙을 밟고 동무들과 웃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던 아이는 매일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갔다. 좋은 옷도, 대궐 같은 집도 , 훌륭한 선생이 없어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런데 그녀의 부모는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대나무 숲에서 주었던 비싼 옷감과 금들을 보았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어째서 그녀의 행복이 공주처럼 귀하게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 당시 부의 척도인 비단과 금을 손에 쥔 순간 물질에 눈이 멀어 그동안 숨 쉬며 살게 해 주었던 진짜 보물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매일 내 옆에 있으니 깨끗한 공기, 비옥한 토지, 그것에서 비롯되는 아이의 웃음소리의 귀중함이 퇴색되어 버렸을 것이다. 자연에서 나누어 주는 것들로 충분한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반짝이는 물질에 빠진 부모는 흙투성이가 된 아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아이를 더 행복하고 완벽하게 키우겠다는 편협한 욕심 덕분에 아이는 삶의 생기를 잃어 가고 결국엔 부모 곁을 떠나게 되는 결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런 상황을 기사나 이야기로 자주 접할 수 있다. 아이의 행복은 풍요로운 환경이나 좋은 배우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행복은 본인 스스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할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부모라 하더라고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삶의 소중함이나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이것은 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모로서 외적인 풍요로운 물질을 아이에게 채워 주는 것은 지양하고, 아이가 내면의 양식을 쌓아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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